어느 한 학생의 배재학당 동문이 된 여정 (졸업이야기 2편)

어느 한 학생의 배재학당 동문이 된 여정 (졸업이야기 2)

 

1. 선배의 정을 보여 준 한 동문

 

가을이 오고 배양전은 113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입학거절과 타 학교로 전학을 가기위한 체력훈련참가도 거부를 당하여 운동장을 떠난 김00 학생을 그대로 방치하면, 타 학교의 체력 테스트 통과가 어려웠습니다. 집행부는 상의 끝에 헬스클럽을 주선하여 숙식과 훈련을 겸하도록 계획하였습니다. 마침 사연을 들은 김포의 운동장 근처의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OB회원이 흔쾌히 불편한 일을 자원하였습니다.

 

선배로서 자식뻘 되는 후배를 위하여 체육관에서 같이 먹고 자며, 땀 흘려 훈련시킨 그 OB 동문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배재에서 졸업은 물론 2020년 춘계리그 준우승 역시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뜻을 모으고 학생을 김포로 보내 훈련을 시키면서, 우리 모두는 이것이 무슨 꼭 권투영화 록키의 재기훈련과도 같은 기대감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10월의 둘째 주까지 훈련 상황을 매일 여러 OB 집행부에게 중계보고가 되고, 그사이 OB회장과 총무는 방배동 당구장의 원로 자문위원회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OB회장과 총무는 학생을 데리고 용인의 당시 김수일 현위원장님 댁에도 찾아 갔습니다. 위원장님은 안타까워하면서 식사도 사주며 그 학생을 격려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아직 입학허락을 못 받은 이 학생은 김포에서 훈련을 하면서, 김포동문회 회식자리에도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김00군은 79회 윤배선 선배님이하 여러 원로 선배님들로부터 환영과 격려를 받은 추억도 가지고 있습니다. 교가도 불렀겠지요? 아마 이때쯤에 김00군은 진정한 배재인 들의 우애의 모습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심적으로도 입학을 포기하지 않게 되었나 봅니다. 참 특별하고 기이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단에도 가고, 지역 동문회도 가고, 용인에도 갔습니다. 전임 이영호 회장님과 총무는 자기자식이라면 이렇게 목전의 쓰러져 가는 돼지농장을 놔두고 여기저기 다녔을까요?

 

2. 입학이 허락되다.

 

배양전 10일전 OB회장으로부터 김수일 선배님의 도움으로 즉시 훈련에 복귀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심한 반대가 해결이 되었는지 지금도 저는 모릅니다. 다만 짐작할 뿐입니다.

 

집행부는 해당선수를 배양전에 짧은 시간나마 출전시키도록 감독과 협의를 마치었습니다. 그것은 곧 3학년이 되는 학생으로서 배양전의 중요한 실제적 경험이 될 것이었습니다. 통상 입학절차는 2~3주가 소요되어 우리는 양정 측에 입학전 선수 출전에 대하여 출전 부탁을 하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당시 우리는 최하위 팀이고 양정은 우승팀이라 양정은 흔쾌히 수락을 하였던 것입니다. 지나간 배재럭비 90년 역사와 배양전에서 이러한 일은 누구나 다 아는 양교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협의의 과정일 뿐입니다.

 

한편, 배양전 1주일 전 OB 집행부는 남양주에서 열린 배재총동문회 운동회에 참석을 하였습니다. OB회장이 단상에 올라 배양전만큼은 갈라서지 말고, 모두 같이 참가하여 응원하자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없는 살림에 막걸리와 김치전을 무제한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도 하였습니다.

 

거의 30년이라는 오랜 감옥생활 끝에 대통령이 된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인종갈등을 허물고자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럭비월드컵을 유치합니다. 그리고 흑인을 탄압하던 백인의 상징 스프링복스팀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에게 1년 후에 우승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후원하고 지원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흑인들은 백인들만이 하는 럭비경기를 못마땅해 하고, 스프링복스의(남아공 대표팀 이름) 시합에는 항상 상대국 팀을 응원하려 경기장으로 몰려갔습니다. 그리고  스프링복스의 녹색 유니폼은 흑인들에게는 원한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또한 남아공은 오랜 인종 차별로 럭비는 물론 모든 경기의 국제대회 참가가 정지되어 실력도 형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흑인들의 염원과는 달리 스프링복스는 월드컵에서 연승하여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전 세계에 경기가 중계가 되는 가운데, 오로지 한명의 흑인 선수만 있는 스프링복스가 결승에 올라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모든 흑인들이 갑자기 한목소리로 스프링복스를 응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만델라 대통령이 흑인 저주의 상징이자 백인의 상징인 스프링복스 의 녹색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본부석에 서서 흑인들과 같이 응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를 지켜 본 스타디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들은 뜨거운 가슴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흑인 대통령 만델라를 연호하며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감격의 눈물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더 커다란 함성이 폭발하듯 엘리스 스타디움을 휘감았습니다. “하나의 힘" "Power of one" 마침내 기적 같은 우승을 합니다. 이를 계기로 남아공 사회는 월드컵 이후에 빠르게 통합을 이루어 갔습니다. 럭비가 만들어 낸 기적입니다. (영화 인빅터스, 클린트이스우드 감독 모건 프리맨 주연으로 리얼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또 다른 영화 "Power of one" 도 아프리카너를 주제로 한 영화입니다. 역시 모건 프리맨 등장)

 

형제애로 유명한 배재동문의 갈등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닌 순간에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지도자는 스포츠를 통하여 화합을 이루고자 합니다. 안 좋은 예로 나치의 히틀러가 그랬으며, 로마의 황제들과 고대 아테네와 스피르타도 그러하였습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데 주효하고 성공하였습니다.

 

현실의 우리는 스포츠를 통하여 무엇을 이루고 있을 까요? 아편젤러 선교사님은 1897년 미국 교단에 보내는 배재학당 선교보고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벙커가 고안한 운동장은 아주 성공작이다. 슬기로운 아이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교실에서 조용히 지내는 아이들도 여러 명이 운동장에 나와 철봉이나 사다리 타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지금처럼 학교 안에서 단체정신(esprit de corps)이 충만한 적이 없었다. 일종의 배재정서라고 (Pai Chai feering)할 수 있는데 전에 느낄 수 없었을 정도로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자부심이 강하다.” (아편젤러 기념사업회 발간, 배재학당과 근대문화 114쪽에서 인용)

 

여기서 우리가 한걸음 더 음미해 볼 관점은, 당시의 운동하는 행위는 양반들은 멀리 하였으나, 운동장과 운동으로 하여금 신분과 계급 없이 어울리게 하였다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아편젤러 2세는 아예 졸업한 동창생과 재학생을 동원하여 커다란 운동장을 만들고 조선의 각종 스포츠 대회의 메카가 됩니다. 당시 선교보고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배재는 이 나라의 다른 어떤 학교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동문의식(art of rotting),이 있고, 애교심은(spirit of scool)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배재학당과 근대문화 115쪽에서 인용) 오늘날 정동교회 옆 건물이 그 자리입니다.

 

모든 행사가 없어진 2019년 배재럭비OB회가 꿈꾼 것은 갈라진 동창동문회가 한 운동장에서 같이 응원하고 교가를 연달아 부르며 서로 화합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럭비가 재단과 총동의 전위부대쯤으로 생각하고 거절하는 것을, 여러 차례 설득 끝에 500명 정도가 참석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으며, 음료와 식사도 준비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총동과 재단이 합쳐서 배양전에 비 개최 시 단1,500.000 찬조합니다. 거기에 동문의 반이 갈라지면 역사가 기록하는 한 상고시대부터 한국 최초의 운동 정기전이 사라질 위기에 있는 것입니다.

 

3. 마지막 배양전 15

 

2019113일 배양전이 열렸습니다.

 

총무가 총괄 진행자라 여기저기 뛰어 다녔습니다. 본부석 바로 옆자리는 동문들 자리인데 학생들이 단체로 점령하여 다른 곳에 가도록 지시하는데 교사와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40세 이상 경기와 중학경기가 끝나고 고등학교 경기 후반전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00군은 출전할 것을 믿고 검은 황소처럼 완벽한 장구차림에 스파이크를 질끈 매고서 몸을 이리저리 풀면서 벤치 앞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총무도 같이 벤치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35분경기의 15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투입의 움직임이 없어서 감독에게 약속대로 빨리 투입 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자 담당 교사와 감독의 대답은, 자신들도 출전을 시키고 싶지만 협회 규정상 어긋난다고 출전을 못시킨다고 하였습니다. 협회의 누구냐고 하였더니 본부석에 있는 85회 이00 협회 부회장님이라고 합니다. 화가 난 총무와 저는 배양전은 공식적인 협회경기가 아니며, 모든 권한은 행사의 책임자인 집행부의 총무에게 있음으로 지시에 따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협회부회장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다시 거절하여, 제가 본부석의 앉아 있는 협회 부회장을 끌어내서라도 이 자리로 나오게 하여 대답을 듣겠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제가 본부석으로 향하자 2명의 교사와 감독이 저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마지못해 투입을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런 옥신각신하는 광경을 모두 지켜본 000선수는 15분 동안 출전하여 배양전의 귀중한 경험을 쌓습니다. 그리하여  2020년 학년 코로나로 배양전이 없어져 재학 중 마지막이자 평생 처음 출전한 단 15분간의 배양전이 되었습니다. 만약 출전하지 못했다면 일생동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이날의 기억이 과연 그에게는 어떤 의미였을 까요? 우리 선배나 학교는 왜 동화 같은 감동을 학생에게 주지 못하는 것일까요?

 

한편 총동문회는 배양전에 거의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학교에 있는 OB회장에게 이00 협회 부회장님이 찾아 오셨고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OB회장은 동문회측에 배양전에 거는 현수막에서 창립이라는 단어를 뺄 것을 요청하고, 새로 만들 시간이 없다며 화가 난 동문회는 참가를 완전 중지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후에 OB회장님에게 왜 그리 했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00O학생이 또다시 결정이 번복되어 입학이 어려울까 걱정이 되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학생들이 점령한 자리는 관례적으로 졸업한 동문들이 주로 만나고 같이 응원하는 자리였습니다. 왜 재학생과 인솔교사가 그리 하였는지는 심증은 있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배양전 후 학교의 담당 교사가 징계를 당하였습니다. 이유는 부정선수 출전이라고 합니다. 양정도 인정한 것을 거꾸로 배재에서 대회 부정선수라고하며, 문서지만 교표도 없는 형식이 불완전하게 공개적 징계를 합니다. 20191115일 경고장과 별도로 부정선수 출전을 이유로 럭비부장직위해제가 적힌 통보서를 최종적으로 교사가 받습니다. 또한 그것을 원인으로 바로 후에 있는 지도자 선임의 업무에서도 자동으로 배제되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를 징계나 경고를 하려면 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의심이 갔습니다.

 

사실 그 교사는 선수 투입에 관하여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교사와 감독이 결정한 것이고, 그들의 결정도 경기 총괄진행자의 지시로서 불가항력이었습니다. 그 교사는 성실하게 스카우트 하려 했고 책임감으로 최대한 그 학생을 지원하려 했습니다. 한참후인 전년 2020년 8월 여름에 학교의 행정실장에게 당시의 일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그러한 징계는 없었고, 단지 보직 변경을 하였을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허위 징계였던 것입니다.

 

4. 2020715일 춘계리그 결승 진출

 

해가 바뀌고, 사실 000학생은 기량이 우수하기는 하지만 역대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게는 조금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전년도에 배재럭비가 준우승을 하는 데는 꼭 필요한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을 하였습니다. 럭비는 체인과 같아서 각 부문별 반드시 적합한 선수를 선택해야 하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100M9초에 주파해도 적합한 자리가 아니면 무용지물입니다.

 

8번을 달고 9번과 함께 전체 경기를 조율하는 위치를 맡았습니다. 중요한 고비에서 수차례 득점하여 팀을 위기에서도 건져 냈습니다. 후에 학교당국의 행정실에서도 공문으로 000학생이 모범적인 학교생활과 대회에서 탁월하게 기여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난하여 운동 스파이크를 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행정실을 통하여 들었습니다.

 

5. 2020715일 준우승 확보, 고등학교 교장으로부터 온 공문

 

716일 교장은 저희에게 공문을 메일로 보내 왔습니다. 내용은 20191230일 배재럭비OB회에서 김00학생 앞으로 기탁한 운영회비 3,000,00O원이 소진되어 추가로 지원을 해 달라는 공문이었습니다. 문제는 교장이 715일과 717일 결승까지 전남 진도의 대회장에서 신임 OB집행부와 후원회 그리고 자문위원분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바로 옆에 있는 유관 단체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고, 학교 행정실로 하여금 권한 없는 저에게 장학재단을 통하여 공문을 보내오고 통화도 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OB집행부나 후원회에 연락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승전 후 후원회와 배재럭비 OB회는 000학생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학교 행정실과 상의하여 다른 전임 OB들이 지원을 할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준우승 후 팀이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학교의 감독은 전임 OB총무와 학부모에게 1주일 내로 지급되지 않으면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참 지독한 사람들입니다. 입학도 어렵게 하더니 학교생활 역시 트집을 잡아 멈추게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훈련이 멈추지 않도록 급하게 몇 사람이 훈련비를 마련하여  000학생은 학교와 자신을 위하여 계속 운동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원한 내역은 2019년 전임 OB3,000,000. 2020년 일반2,400,000 + 하이트 장학금 1,000,000 (학교측 주선)= TOTAL 6,400,000원 입니다.

 

6. 졸업 후 또다시 추가금을 요청

 

2021년 설 연휴 다음 날 215일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갑자기 미납이 된 900,000원이 발생하여 추가로 지급할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저한테 하는 이유는 배재럭비 OB회와 배재럭비 후원회에서 지원을 거절하여, 회원자격이 영구적으로 정지되어 퇴출된 우리와 전임 집행부에게 연락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생각해 보면 이런 행위는 단순하게 행정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졸업한 학생을 가지고 행정실장이 저에게 연락을 하고 싶겠습니까. 대회를 한 번 밖에 치루지 않은 2020학년에 7,300.000이 소요된다면 학부모가 내는 돈을 학교가 관리를 잘 못하고 있거나, 저나 우리를 괴롭히려 한다고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집행내역을 보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부당한 점이 있는지 철저히 검토하여 볼 예정입니다.

 

이렇게 속이 좁디좁은 사람들이 끝까지 모두가 나서서 학생을 괴롭힘으로 해서 지난 215,

어느 한 학생의 험난한 졸업에 관한 이야기 제목의 글로 게시판에 올렸으나, 삭제가 되었습니다.

 

  회비 공문.jpg

회비 공문.pdf

  배재학당 운동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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